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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우리나라 최초의 공원에는 '독서 명당'이 있다

글쓴이 : 김종성 날짜 : 2018-02-13 (화) 11:19 조회 : 8
글주소 : http://www.nolakorea.com/b/rssnews-11009



서울엔 저마다 개성을 갖춘 공원들이 많은데, 그중 종로구 삼청공원(종로구 북촌로 134-1)은 작지만 다채로운 산책길이 많은 곳이다. 나무들로 우거진 공원길, 카페가 있는 숲속도서관, 한양도성 성곽길과 북악산 가는 길도 이어져 있어 찾는 이에게 여행하는 기분을 선사하는 공원이다. 



볼거리·살 거리·먹거리가 많아 명소가 된 삼청동 거리는 많이 찾지만, 삼청공원까지 오는 사람은 드물어서 그런지 동네 주민들의 편안하고 고즈넉한 안식처이기도 하다. 



삼청공원은 무려 1940년에 도시계획공원 1호로 지정된 오래된 공원이다. 경성부(서울시)가 조선총독부로부터 삼청동 안 임야를 빌려 지금의 공원을 조성했다. 일제 강점기 때 심어놓은 왕벚나무, 산벚나무와 이후 늘어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의 참나무류 등 40여 종 1000여 그루의 수종(樹種)들로 울창하다. 








삼청공원은 눈이 내리면 꼭 가고 싶은 공원이기도 하다. 한양도성 성곽길이나 북악산의 들머리로, 내린 눈이 쌓이면서 한층 운치가 깃든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어서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놀라움을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서울 도심의 중심을 둘러싼 산이 있어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삼청공원도 그런 대표적인 곳이다.    

 

버스를 타고 삼청공원을 찾아가도 되지만, 3호선 전철 안국역(1번 출구)에서 걸어서 찾아가도 좋다. 골목을 따라 걷기 좋은 삼청동 거리가 이어진다. 볼거리 풍성한 거리여선지 도보로 30분 정도 되는 거리가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꾸만 기웃거리게 되는 삼청동의 작고 개성 있는 가게들은 그 자체로 멋진 갤러리지 싶다. 

 

(* 삼청공원 가는 교통편 :  서울 전철 시청역(4번 출구) 앞 11번 마을버스 삼청공원 입구 하차)

 

한옥을 품고 있는 정감 가는 안동교회, 등나무가 있는 넓은 마당이 좋아 옛사랑과 자주 갔던 추억의 정독도서관, 풍년쌀집 간판을 한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한복을 예쁘게 차려입고 다니는 외국인들 사진도 찍어주며 걷다 보면 어느새 삼청공원이 저 앞에 나타난다.   



숲속 깊은 곳에 있는 듯, 작고 아늑한 숲속 도서관








삼청공원은 오랜 역사에다 북악산의 깊은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어느 공원보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산책하기 좋은 숲속 같은 공원이다. 옛날엔 청계천의 상류 삼청천이 흘렀고, 지금 삼청터널 자리로 울창한 계곡이 이어져 있는 등 천혜의 명승지였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 어릴 적 놀러 왔던 곳이라는 동네 주민 할아버지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삼청공원 가는 길에 있는 삼청동 동사무소에 들렀다가 동네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됐다. 삼청(三淸)이란 '물이 맑고 수풀이 맑고 사람의 마음 또한 맑은 곳'이란 뜻인데 그 이름처럼 삼청공원은 찾아온 이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자연으로 감싸 준다. 또한, 삼청동이란 동명은 흥미롭게도 도교(道敎)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도교는 신선사상을 기반으로 자연 발생하여, 거기에 노장사상·유교·불교 그리고 통속적인 여러 신앙 요소들을 받아들여 형성된 종교다. 도교의 신인 태청(太淸), 상청(上淸), 옥청(玉淸)의 삼청성진(三淸星辰)을 모신 삼청전(三淸殿)이 동네에 있던 데서 유래했다고. 







2013년 공원 매점이 있던 자리에 '숲속 도서관'이 생겼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큰 통유리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볼 수 있어 좋다. 책상과 의자 없이 자연스럽게 벽에 기대어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지하 1층은 어린이 전용 열람실이다. 도서관의 조용함은 왠지 딱딱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이곳의 조용함은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도서관 안에 동네 주민이 운영하는 카페도 있어 북카페 같은 기분이 든다. 이름처럼 숲속 깊은 곳에 있는 듯 아늑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공공도서관의 선입견을 깨는 곳으로 종로구엔 도담도담 한옥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우리소리도서관 등 작지만 특별한 도서관들이 많다. 사람을 생각하는 좋은 건물을 많이 지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말이 떠올랐다. 



"만드는 쪽과 사용하는 쪽이 대화 통로를 결여한 채 그저 새것을 생산하고 소비만 하는 사회구조에서는 살아있는 장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건물을 키워가고자 하는 의식이며, 세월과 함께 매력을 키우는 성장하는 건축이다."   



(* 숲속 도서관 이용문의 : 02)734-3900 / 월요일 휴관)



산악지역에 만들어진 한양도성 북쪽의 대문 '숙정문' 









언제 가도 상쾌한 기분이 드는 삼청공원을 거닐다 보면 '와룡공원'과 '말바위 전망대' 이정표가 보인다. 하나는 성북동과 혜화문 방면의 한양도성 성곽길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숙정문과 창의문, 북악산 정상으로 가는 성곽길이다. 한양도성의 북쪽 관문으로 시내 사대문 가운데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숙정문이 보고 싶어 말바위 전망대로 향했다. 



나무 산책로를 걸어 오르는 북악산 자락은 온통 소나무 천지였다. 나무계단 좌우로 굽고 흰 소나무들이 이어지는데 신기하게도 저마다 다른 모양이다. 흡사 동네잔치에 놀러 온 어르신들이 구부정한 모습으로 신명 나게 어깨춤을 추는 듯했다. 



춥지도 않은지 작은 새들이 나뭇가지 위에 앉아 경쾌한 목소리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새들이 다른 나무로 후두두 날아갈 적마다 가지 위에 쌓여있던 눈가루가 떨어져 여행자의 머리를 하얗게 염색해 주었다. 눈가루가 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맞춰 떨어지는 걸 보면 아마 새들의 의도된 행위지 싶었지만 동네 아이들처럼 귀엽기만 한 녀석들이다.       



정말 말을 닮은 것 같이 재미있고 정감 가게 생긴 말바위 전망대 쉼터에 가뿐하게 올랐다. '키가 342m인 북악산의 중턱에 올라왔는데 벌써 웬 전망대?' 싶었지만 서울시에서 지정한 전망 좋은 곳이라는 팻말이 있을 정도로 눈 시원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졌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아 남산, 안산은 물론 경복궁도 훤히 보인다. 며칠 전 눈이 내린 덕택에 주변이 모두 한 폭의 수묵화 혹은 동양화다. 얼마 안 되는 높이에 올라왔는데도 이렇게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다니 북악산이 명당이긴 명당이구나 싶었다.







숙정문 가는 성곽길은 청와대가 가까이에 있어서인지 말바위 안내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패찰을 받아야 하며 오후 3시까지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곳의 성곽길은 군인들의 순찰길이기도 하다. 덕택에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걷기 좋게 닦여있다. 



군대시절 폭설이 쏟아지는 새벽녘 활주로에 나가 동료들과 함께 일렬로 길게 도열해 눈을 치우곤 했던 기억이 아스라했다. 까만 점퍼를 입고 성곽길 곳곳을 지키고 서 있는 앳된 얼굴의 초병이 남 같지 않아 "수고하세요~" 짧은 인사를 건네게 된다. 



한양도성 북쪽의 대문인 숙정문은 사람 출입이 거의 없는 산악지역에 만들어져 성문 역할을 하기보다 사대문으로서의 격식을 갖추기 위해 세워졌다. 이 문은 음양오행 가운데 물을 상징하는 음(陰)에 해당하는 까닭에 나라에 가뭄이 들 때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열었다. 







숙정문의 숙정(肅靖)은 '엄하게 다스린다', '정숙하고 고요한 기운을 일으킨다'라는 뜻이 들었다고 한다.



울창하게 뻗어있는 대문 주변의 고목 소나무들과 형형색색의 화사한 단청이 잘 어울렸다. 2층에 있어 주변 풍경이 볼 수 있는 문루(門樓, 궁문이나 성문 위에 지은 다락집)는 잠겨있어 아쉬웠다. 본래 문루는 없었으나 1976년 북악산 일대의 성곽을 복원하면서 문루를 지었단다. '숙정문'이란 편액 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이라고 한다.



성곽길은 창의문으로 이어진다. 성곽 주변으로 눈 내린 북악산 팔각정, 불암산, 수락산, 북한산 풍경까지 보여 걸음걸음이 힘이 나고 즐겁기만 했다. 뽀드득뽀드득 경쾌한 소리가 나는 산속 눈길을 걷고, 눈이 만든 주변 풍경을 한껏 즐기는 겨울 산행의 즐거움과 매력을 제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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