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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보쌈'한 아내, 뱁새의 참 행복을 터득하다?

글쓴이 : 임현철 날짜 : 2017-10-12 (목) 14:03 조회 : 133
글주소 : http://www.nolakorea.com/b/rssnews-10727


나그네 : "스님, 하룻밤 청할 수 있는지요?"

법인 스님 : "오시면 좋습니다."

나그네 : "그때 뵙지요. 필요한 거 무언가요?"

법인 스님 : "믹스커피 큰 걸로 한통 부탁합니다."


어디서부터 바람이 일었을까. 염치 불구, 해남 두륜산 대흥사 일지암 법인 스님과 소통합니다. 다만, '믹스커피' 그것도 '큰 걸로 한통' 요청하신 게 흥미롭습니다. 필시, 사연이 있을 터. 얼굴 뵙고 차담 나누면 자연스레 풀릴 것으로.


초의선사가 40여년 머문 '일지암'과 '자우홍련사'



드디어 때가 되었습니다. 법인 스님, "오늘 오시는 날이지요? 몇 시 즈음 오십니까?"라며 아침부터 반기십니다. 약속이 그리운 건지, 사람이 그리운 것인지 알쏭달쏭합니다. 다음은 일지암이 소개하는 '일지암'과 '자우홍련사' 안내입니다.


"일지암(一枝庵)은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해 다성(茶聖)으로 일컫는 초의선사가 40여 년간 머문 곳이다. 선사는 39세가 되던 1824년 이곳에 암자를 세우고 중국 당나라 시승 한산의 시 "뱁새는 언제나 한 마음이기 때문에 나무 끝 한 가지에 살아도 편안하다."에서 '일지'를 따와 일지암이라 불렀다. 현재 초가 건물은 선사가 입적한 후 화재로 소실되어 폐허로 방치되던 것을 1979년 복원한 것이다.


선다일여의 가풍을 드날린 초의선사는 이곳에서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같은 당대 대학자들과 교류하였으며, 끊어져 가던 우리 차 문화를 일으켜 다선일미 사상을 확립하여 <동다송>, <다신전> 등 명저를 남겼다. 특히 시서화에 능했던 그는 남종화 거장인 소치 허련을 가르쳐 추사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자우홍련사(紫芋紅蓮社)는 초의선사 살림채로 연못에 네 개 돌기둥을 쌓아 만든 누마루 건물이다."



초심

일선 스님


하늘은

하얀 도화지

땅에는 차꽃

한바탕 몸을 다투어

초심을 일깨우는데

낙엽은 오색으로

점점 수를 놓고 있네


집 떠나면 좋다지요? 아내 얼굴에 화색이 돌고



'일지암'으로 가는 길. 아내, 아직까지 썩 내키지 않은 표정입니다. 그 마음 알지요. 괜히 신세지고 눈치 보일까 싶은 게죠. 하지만 삶은 때로 스리슬쩍 얹혀 가야 하는 경우가 있습지요. 이건 중생의 특권이지요.


아내와 하룻밤 명분은 충분했습니다. 아내는 지난 9월 19일, 사랑하던 어머니를 저승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21일 발인 이후, 염려되던 아내의 우울증을 피할 방편이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장모님과 장인어른의 극락왕생까지 빌 좋은 기회. 고렇게 떠올린 게 일지암이었습니다. 일지암 법인 스님이라면 하루쯤 쉬어도 부담 없을 거 같은 예감이랄까.


하여,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한 채, 남편 자격으로, 아내를 반 강제적으로 일지암에 '보쌈'한 겁니다. 먼저, 스님께서 요청하신 믹스커피 등을 챙겼습니다. 그렇게 해남 행에 올랐습니다. 집 떠나면 좋다지요? 차츰 아내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이쯤이면, 여행의 일차 목적은 완수한 셈입니다. 기분을 회복한 아내, 조수석에서 재잘거립니다.


"여보. 난, 그동안 스스로 '황새'라기보다 '뱁새'라고 생각했어.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하잖아. 나는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인 게 싫었어. 그런데 이제는 뱁새인 게 좋아."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했던가. 아내 입에서 나온 적 없는 '뱁새 타령'입니다. 서민들이야 뱁새지요. 서민이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버텨내는 길은 남 흉내 내지 않고 묵묵히 자기 방식대로 살아야가야 가능합니다. 형편을 넘어서면 가랑이 찢어지니까.


'보쌈'한 아내, 뱁새의 참 행복을 터득하다?



- 이런 멋스런 철학자, 그간 어디에 있었을꼬?

"지금 일지암에 가잖아. 어젯밤에 일지암 공부하니 알겠더라고. 일지암의 '일지(一枝)'가 '뱁새는 언제나 한 마음이기 때문에 나무 끝 한 가지에 앉아도 편안하다'는 거야. 티격태격 싸우는 황새 등 다른 새와는 달리, 한 마음이 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어. 새들도 우리 인간이랑 다를 바 없잖아."


- 와우~^^. 내 각시 대단한데. 뱁새가 왜 좋아졌을꼬?

"가진 게 적은 뱁새는 욕심을 더 많이 낼 수 있지만, 역으로 가진 게 적어 부담 없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때부터 뱁새인 게 행복하대. 세상살이 마음먹기에 달린 거 같아."


'마음이 곧 부처'임을 눈치 챈 아내. 대단합니다. 아내는 일지암에 대한 사전 공부만으로도, 초의선사의 숨결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법인 스님을 만나지 않고서도, 우리네 삶을 터득한 듯합니다. "가진 게 적어 부담 없이 버릴 수 있어 행복하다"는 아내 표, '뱁새의 행복론'에 아주 흡족합니다.


"가자니까 당신을 따라 나서긴 했는데, 당신이 한 번 만난 스님 뵈러 같이 가서, 하룻밤 잔다는 게 좀 그렇지 않아?"

"무슨 그런 말씀을. 일지암 법인 스님은 아직 한 번도 못 뵈었어."

"와~, 속았다. 난 한 번 만난 줄 알았더니. 당신한테 완전 낚였네."

"스님과는 글로 소통했네. 편하게 느껴져 인연이 닿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어. 이참에 당신이 하루쯤 편히 쉬면 좋겠다 싶어, 하룻밤 청한 거야. 스님도 흔쾌히 허락했고."


"여기선 다 내려놓고 가만 쉬었다 가십시오!"



대흥사 앞마당을 질러갑니다. 일지암 오르는 길, 초입에서 '내 너를 기다리고 기다렸다'는 듯, 글귀 하나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따라 가서는 안 된다.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사람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고, 극락도 만든다.

그러니 마음을 쫓아가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라.

                                   - 장아함반니원경


아! 탄성이 터집니다. "마음이 곧 부처"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헌데, 부처되기까지 과정에 무엇인가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마음의 주인"이었습니다. 흔들리기 쉬운 마음을 다잡기까지 많은 내공이 더해져야 비로소 "마음이 부처"였던 겁니다. 이걸 보고 일지암에서 얻을 걸 벌써 받았음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일지암, 녹차 꽃이 한창입니다. 법인 스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경기도 일산서 왔다는 어느 부부와 함께였습니다. 또 제주도서 온 어느 부부도 만났습니다. 스님, "믹스커피는 뒷동네 할머님들 차지지요"합니다. 믹스커피는 해남 부처님들 몫이었습니다. 그간 남남이었던 많은 삶들과 그렇게 인연 맺었습니다. 법인 스님, 차담 마지막에 한 마디 하시대요.


"여기선 다 내려놓고 가만 쉬었다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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