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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함 토로한 손석희<BR>숨겨진 김제동의 아픔

글쓴이 : 하성태 날짜 : 2017-09-13 (수) 20:24 조회 : 13
글주소 : http://www.nolakorea.com/b/contribution-1286





"그들은 즉 정치인들은 그런 얘기를 들어야만 하고, 나는 저급하거나 비열한 말을 한 적이 없다."




맷 데이먼은 과거 <뉴스룸>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발언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로서 미 트럼프 정부는 물론이요 그에 앞서 오랜 동안 정치와 인권에 대한 여러 발언들을 쏟아냈던 그의 정치적 행보들에 대한 현답이 아닐 수 없었다. 금번에 밝혀진 'MB 블랙리스트' 당사자들은 물론 MBC 해고자와 현재 총파업 중인 언론인들 역시 같은 심정일 것이다.




1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이 맷 데이먼의 발언을 끄집어 올렸다. 짐작하시다시피, 이날 파문을 일으킨 MB 정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였다. <뉴스룸>은 이날 82명에 달하는 MB 정권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명단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 주요 인사들의 개입 문제까지 이 사안에 네 꼭지를 할애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MB 정권 당시 국정원이 연예인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관리했고, 청와대 주요 인사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가 관건이며, 이를 밝혀낸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이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뚜렷한 MB 정권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우리는 잊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현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역시 MB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결국 MB 정권이 망가뜨린 MBC에서 떠나야 했던 것을. < 100분 토론>에 이어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마이크를 놨던 것이 2013년 5월의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손 앵커는 이날 앵커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몇몇을 강조하며 '참담함'을 토로했다. 그럴 만했다. 벌써 몇 년 전 일인가.




MBC 떠나 왔던 손석희의 참담함








"이명박 정부 당시 배우 김여진씨는 정치사회적으로 할 말은 해서 이른바 '개념 배우'라는 별명을 얻고 있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을 하면 왜 개념이 있다는 칭찬을 들어야 하는지... 그것도 어찌 보면 한국적 상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배우 김여진씨를 전원책 변호사의 맞상대로 해서 토론 코너에 출연시키려던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도는 무산됐습니다.




그 라디오 프로그램은 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시도는 급기야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 규정이라는 것까지 사내에 생겨나게 했지요. 정치적 입장을 가진 연예인은 방송에 출연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연예인은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배우 김여진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시키려던 시도가 결국 '윗선'의 압박에 의해 무산됐고, 이러한 정황을 유추해 보면 결국 이번에 밝혀진 블랙리스트와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는 얘기일 것이다. MBC의 '소셜테이너 금지법'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한 유추를 할 수밖에 없을 것다. 또 검찰 수사에 의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손 앵커는 방송인 김미화와 김제동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공히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방송인이고, 손 앵커의 언급대로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수난'을 겪은 이들을 대변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특히 김제동에 대해서는 "김제동씨의 수난사야 뭐 다시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말을 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 잘 나가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하차했고, 그 이후에도 방송 출연에 관한 한 부침을 거듭했습니다. 사실 김제동씨의 이른바 소셜테이너로서의 자리매김은 제가 직접 섭외했던 <백분토론> 출연이 시작이었다고 본인은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세 사람의 이른바 소셜테이너들과 저는 어찌 됐든 모두 인연이 있는 셈입니다."   




참담함…. "따지고 보면 다 알고 느끼고 있었던 내용들이 팩트라는 자격을 가지고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인데도, 또다시 참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라는 손 앵커의 말마따나, 본인들은 물론이요 뉴스를 접하는 다수의 국민들 역시 참담함과 분노, 허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것이다.




본인도, 국민들도 잘못됐고 부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팩트를 확인할 수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거대한 권력이 휘두르고 짓누르는 크고 작은 횡포를 알면서도 정당하게 맞설 수 없었을 뿐이지 않은가. 김제동의 경우도 그랬다. 13일 오전, 총파업 10일째를 맞은 MBC 노조원들 앞에서 선 김제동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직원과 만났던 상황을 털어 놓기까지 했다. 손석희 앵커에 대한 억울함(?)의 토로와 함께.




MB에게 직접 보고하는 국정원 직원 만났던 김제동







"저를 만났다는 보고 문자를 국정원이 아닌 저한테 보낸 거예요. '몇 월 며칠 서래마을에서 김제동 만남' 이런 문자를, 그 국정원 직원이. 그래서 그 국정원 직원한테 제가 전화를 했어요. 문자를 잘못 보냈다고. 제가 그렇게 국정원에 협조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간첩을 잡겠습니까. 간첩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간첩을 잡아야 할 거 아닙니까."



MBC 총파업 집회 10일째 현장에서 노조원들을 만난 김제동은 'MB 블랙리스트'와 관련 과거의 일화를 털어 놨다. 페이스북 라이브로도 생중계된 이 현장에서 김제동은 "지금도 국정원 직원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자신을 쫓아다니던 국정원 직원과 독대했던 상황도 자세히 언급했다. 여전히 유머러스하지만 쓴웃음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만났어요. 만났더니. 저한테 하는 얘기가 고작 그거예요.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봤으니, 1주년에는 가지 마라. 문성근, 명계남 같은 사람 시켜라. 하지 마라. 앞으로 방송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술에 취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도 웃겨서 그랬어요.




첫째, 내 얘기를 잘 들어라. 자기가 VIP에게 '직(접)보(고)하는 사람이라 길래 제가 물어 봤어요. VIP가 누구냐. 내가 뽑지 않은 사람이 VIP라 모른다. 그랬더니 그 직원이 '알지 않느냐', '그 분이 걱정이 많다'고 해요. 내 걱정이 많데요. 그래서 그랬어요. 가서 똑똑히 전하세요. 지금 대통령 임기는 4년이지만, 내 유권자로서의 임기는 평생 남았다. '직보'한다니까,  똑똑히 전해라. 당신 걱정이나 하시라고, 내 걱정 마시고."




김제동은 또 "둘째, 지금 당신이 가지 말라고 해서 내가 안 가면, 당신이 날 협박한 게 된다. 또 이 말 자체가 국가기관이 국민을 협박한 거다"라고 했다면서, "셋째, 술값은 내가 내겠다. 국민에게 받은 세금으로 술 내지 마라. 내가 평생 방송 안 해도 먹고 살돈 있다"며 호기롭게 대면 자리를 떴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후 집에 도착한 김제동은 무릎이 꺾이고, 다음날부터 공황장애 증세가 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털어놨지만, 김제동이 겪은 'MB 블랙리스트'의 직접적인 피해의 증언인 건 분명했다.




방송하는 사람들이, 웃기는 사람들이 할 말 하는 사회를 위하여 






"손석희 아저씨는, 손석희 형님은 저렇게 뭉개시면 안 돼요. 저한테 저러시면 안 돼요. 제가 '주장'한다고 그러는데, 분명 책임이 있어요. 저러시면 안 돼요. 제가 입 열면 저 사람 다쳐요(웃음). 저는 팩트 체크를 할 수 있어요. 저는 생생히 기억해요. (손석희 앵커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에 앞서 김제동이 손석희 앵커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전한 일화는 2008년 12월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400회 특집과 관련된 것이었다. 요는, 손석희 앵커에게 직접 섭외 전화를 받았고, "토론 잘하는 연예인 1위"라는 타이틀로 출연했더니 이른바 '이쪽' 사람이 돼 있었다는 것이었다.




토론 주제는 "이명박 정권 1년의 공과 과"였고, 같은 열에 앉았던 토론자가 고 가수 신해철, 유시민 작가 등이었고, 반대편에 전원책 변호사와 나경원 의원 등이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토론 프로그램 특성상 김제동이 "손석희 아저씨가 어떻게 소개하셨는지 아세요? 이쪽 분들이라고 하시는 순간, 저는 이쪽 분들이 됐어요, 나는"이라고 토로할, '이쪽'이 이해가 되는 패널 구성이었던 셈이다. 김제동은 이어 또 한 차례 손 앵커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도 소개했다.




"물론 그것(< 100분 토론>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노대통령 노제 때도 물어 볼 데가 없어서 손석희 형님한테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이러셨어요. '양쪽 모두 합리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닙니다. 비난이 모두 쏟아질 수 있지만, 본인이 견뎌내야 할 몫이고요'라고."




그 누구보다 MB 정권의 피해를 입은 '블랙리스트 방송인' 김제동이 털어 놓은 일화는 손석희 앵커가 언급한 '참담함'과도 연결돼 있을 것이다. '무능한',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 국정원에게 보내는 '참담함'과 그 국정원을 탄생시킨 이명박 정권에게 보내는 참담함을 포함해서 말이다.




여기서 김제동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자신을 포함해 블랙리스트에 언급된 '유명인'들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의해 촉발된 MBC 죽이기에 의해 고난과 고초를 겪고 있는 노조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겪은 일은 여러분들이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만, 유명한 사람들만 주목을 받는 것 같아서 미안함이 큽니다. 수없이 주목받았던 사람보다 훨씬 더 주목을 받아야하고, 훨씬 더 고초고난 받았던 사람이 주목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에 대해 미안함이 있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옆 사람에게 박수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에서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 PD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맨 마지막에 만난 이유는 MBC와 KBS를 망쳐놓은 장본인이 바로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심증이 확고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금번에 '팩트'가 '체크'된 'MB 블랙리스트'야말로 그러한 심증을 뒷받침하는 증거 중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미화는 MB 블랙리스트에 대해 "이제야 퍼즐이 맞춰진 것 같다"며 "그래서 이건 사실 어떻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을 제 개인이 고소를 할 수 있는, 그러니까 법정 싸움을 신청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MB로 향하는 비난 여론에 힘입어 검찰이 철저한 수사로 '확증'을 이끌어내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동원될 수 있는, 또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대응'이 일어나야 마땅하다.




김장겸 사장을 검찰 조사에 이르게 만든 MBC 노조원들의 총파업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야말로 이 같이 어이없는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들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시초와 같은, '언론 적폐 청산'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연결된 거대한 '적폐 청산'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바라는 상식적인 세상은 결국 저급하거나 비열한 말을 하는 정치인들 대신 연예인들이, 문화예술인들이, 국민들이 할 말은 할 수 있는 그런 세상 아니겠는가. 코미디언으로 살고 싶다는 김제동처럼 말이다.




"누군가 왜 자꾸 무대 밑으로 내려가냐고 물었는데, 바보야 거기가 무대다. 왜 정치를 하느냐, 코미디언이? 정치인들에게 코미디 그만하라고 해라, 내 직업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 사람들이 내 직업을 다 뺏어가고 있다.




강바닥에 22조씩 쏟아 부으면 곤란한다. 이상하다가 코미디의 핵심이다. 로봇물고기는 물(4대강)에서 인류 최초로 익사한 거다. 웃기는 걸 웃기다고 얘기해야 한다. 그걸 안 하면 코미디언 직무유기다. 저는 코미디언으로서 입장에 충실하고 싶다. 여러분(MBC 노조원)들은 방송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걸 방송할 수 있어야 한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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